칠십인역에 대해서 계속 논쟁이 되고 있군요.

원장님이 675번에 있는 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즉, 칠십인역이 "성경을 연구할 목적"으로 번역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칠십인역은 구약성경 본문 연구에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신학적 입장에 따라서 선호하는 역본이 있을 수 있지만,

"반강제적으로", "의역이 너무 많은 역본"이기에 "모순투성이"라고

폄하하기에는 구약본문 연구에 칠십인역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학적으로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비록 굴절어(Inflectional Language)로서의

특징을 분명히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셉어족(Semitic Languages)에 속하는 히브리어로 된 구약 본문을

인도유럽어족(Indo-European Languages)에 속하는 헬라어로

완벽하게 번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급하신 단어들의 일부를 코멘트하자면,

אֱלֹהִים은 남성복수 형태이기는 하지만, 단수로 간주되는 단어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만약 이 단어를 헬라어로 문자적으로 남성 복수 형태로 직역하여 θεοί('신들')로 번역했다면,

신학적으로 다신론(polytheism)이라는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בָּרָא는 qal 완료(perfect) 3인칭 남성 단수형태입니다. 

히브리어는 시제(tense)가 아닌 시상(aspect)을 표현하기에

완료는 과거시제, 완료시제, 과거완료, 미래완료, 현재, 동시동작, 확실성 등 다양하게 번역됩니다.

따라서 헬라어의 단순과거(aorist)로 번역한 것은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אֶרֶץ와 אֲדָמָה를 구분해서 예컨대, γῆ와 ἔδαφος로 번역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γῆ로 번역한 것은 히브리어의 원의를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칠십인역은 오경 뿐만 아니라 선지서와 성문서에서도 어려운 문장은 되도록

일부 단어나 어구를 첨가 또는 삭제하여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칠십인역 번역자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번역상의 일부분의 문제점을 가지고 전체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직역이든 의역이든 각 역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비교 연구하여

성경 연구에 도움을 받는 것이 성경을 연구하는 학도의 자세일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말하지 말고 직접 연구해서 옳고 그름을 밝혀내야" 한다는

일침은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학교에서 배운대로 말하지 않고, 성경 원문을 귀하게 여기고

직접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원장님께서도 개인적인 편견을 내려놓고, 동서고금의 다양한 학자들의 저술도

참고하셔서 깊은 성경 연구의 바다로 출항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