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사 전에 성도로 살기, 목회는 그다음 일

입력 : 2009년 11월 25일 (수) 10:50:46 - 배종부

'목우회(牧友會)'는 예장합동 서울북노회 안의 작은 개척 교회 목사 13명이 매주 모이는 기도회 모임으로, 혼자 살아남기 힘든 개척 교회의 현실 속에서 어려운 목사들끼리 뭉쳐 오직 기도하고 은혜로 교회를 성장시키려는 순수한 영성 훈련 모임입니다.

아래 내용은 지난 11년간 개척 교회 목회의 고통을 경험하고 이제 겨우 자립의 길에 들어서는 목회자로서 발표한 목우회 강연 내용입니다. 원고 중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사견이며, 그저 문제 제기 정도로 너그럽게 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개척 교회 목사의 애환에 이은 글입니다.




● 개척 교회 목회의 다짐 ●

1. 첫 출발

"진짜 목사이며, 한평생 진정 목회의 길을 갈 것이냐?" 이제 이 모든 개척 교회의 현장을 겪었으니, 현실의 냉정함을 알고서 목사의 정체성을 다시 물어보자. 그러고도 가야 한다면 당신은 가야 한다. 목숨을 걸고, 정말 교회의 부흥과 성장 여부는 차치하고, 오직 소명의 길을 가라. 기도의 골방에서 다시 소명을 물으라. 내 목회의 현장이 빈들이든 아골 골짜기든 소명이 분명하다면 가라. 죽을 때까지 가라. 그러나 여전히 마음에 오락가락 갈등이 일거든 일찌감치 목회 접고 마음 편히 세상길로 가라. 괜히 가족들 희생시키지 말고. 이것이 개척 교회 목사들을 향한 나의 피맺힌 절규요 첫 번째 제안이다.

2. 두 번째 걸음

나는 어떤 목회의 길을 갈 것인가? 목표와 비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기존 교회에 가서 그냥저냥 묻혀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면, 철저한 개척 교회 목회의 고난과 애환과 실패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성령이 부어 주신 목표와 비전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목회 철학과 목회 방향성이 없는 목사는 목회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목회를 하든지 간에.

3. 세 번째 걸음

살아 계신 하나님, 인격의 성령 하나님을 깊이 만나야 한다. 목사만큼은 정말 성령으로 오신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나는 목사들 중에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단순한 이론과 지식, 껍데기인 로고스의 말씀 속에서는 그분을 만나지 못한다. 오직 기도 속에서, 레마의 말씀 속에서, 목회의 깊은 경륜 속에서, 고난 속에서 성령을 받고, 그분을 실제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분에 대한 이론과 주워들은 지식만으로는, 기존의 틀이 잡힌 교회에서는 교인들을 속이며 몇 년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이 험난한 개척 교회의 길을 갈 수는 없다.

4. 네 번째 걸음

외형적 성공과 성취 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큰 교회가 있고, 작은 교회가 분명히 있다. 작은 교회, 개척 교회, 미자립 교회를 목회하면서도 주님이 부어 주시는 기쁨, 감사, 평안이 진정 내 가슴에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목사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목사의 정체성이 없어 행복하지 못하고, 장로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고, 교인이 많아 애먹여서 행복하지 못하고, 교인이 없어 행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다. 목사 그릇이 되지 못하여 불행한 것이다. 큰 목회든 작은 목회든 목사로 사는 것이 행복하고, 목회가 천직이 되며, 진정 즐거워야 한다. 정말 즐겁게 목회해야겠다. 이대로 행복해야겠다.

나는 건강을 위하여 등산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등산한다. 사진 찍는 것을 즐거워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 먼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면서 사진 하나에도 큰 사진이 있고, 작은 사진이 있음을 발견한다. 백 장의 사진을 찍어, 한 장의 작품을 얻으면 만족한다. 어차피 목사도 20~30년 목회 짧게 하고, 영원한 세계의 주님 앞에 선다. 우리의 외형적인 성공 성취는 세상에서는 중요할지 몰라도, 주님 앞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한 달란트를 받았으면 그 한 달란트를 잘 활용하면 된다. 악하고 게으르지 아니한 종이 되면 상급은 똑같다. 오히려 더 클 것이 분명하다.

작은 개척 교회 목사여! 당신의 작은 목회가 그렇게 초라하고, 부끄럽고, 무능하게 보이는가? 당신이 정말 그렇게 못난 사람이란 말인가? 그것밖에 안 되면서 개척 교회 목회를 하려 드는가? 적어도 작은 개척 교회 목회를 잘하려면 당신이 잘난, 당당한 목사가 되어야 한다. 비전과 철학이 분명한 목사가 되어야 한다. 굶음의 미학을 체득해야 한다. 작은 개척 교회 목사라고 사람은 무시할지 몰라도, 주님은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적어도 당신은 이 점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비록 작은 교회에서, 밥을 굶으며 초라하게 목회할지라도, 초라한 목사는 되지 말라. 굽실거리지 말라. 당당하라. 빌어먹고, 얻어먹으려 들지 말라. 이것은 오직 주님을 체험적으로 만난 당신의 내면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당당한 영적 풍모다.

5. 다섯 번째 걸음

동역의 소중성을 알고, 목사들을 만나야 한다. 나보다 나은 목사들을 만나야 한다. 후배 목사에게도 배울 것(정보, 지식 등)이 있고, 동기 목사에게 배울 것(우정, 위로, 도움, 실제적 도움)이 있고, 선배 목사에게 배울 것(경륜, 넓이, 깊이, 조망)이 있다. 목회도 결국 비슷한 길을 동일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는 길이다. 어느 누가 탁월하여 목회를 유별나게 잘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자격 없고 못난 것도 아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은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사람에게서 실제로 배우면 뼈에 새겨진다.

젊은 목사는 자기 잘난 줄 알고 배우려고 하지 않고, 괜히 교만하다. 경험이 없음으로 폭이 좁고 편향적이다. 목회가 잘되는 철이 덜 든 목사는 괜히 까불며 기고만장하다. 정치를 좋아하는 목사는 양떼에는 관심 없고, 얻어먹고, 대접받고, 세몰이에 열심이다. 돈 봉투 받는 재미는 정말 괜찮은 것이다. 나이가 너무 든 분은 이미 이 시대 상황에 맞지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분들에게 배울 것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배움은 역시 인품과 처신과 인내와 경륜인 듯하다.

열심히 목사들을 만나야 한다. 10명을 만나면, 쓸 만한 사람이 한 2-3명은 나오지 않을까? 나는 최근에 목사들의 모임에 갔다가, 무서움을 느꼈다. 노회 안에 목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정확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당신은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다. 2명이 아니라 하고, 5명이 아니라 하고, 10명만 아니라 하면, 당신은 목사로서 실격이다. 단지 당신의 귀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이다. 어느 정도 자기가 갖추어지지 않은 목사가 어찌 목회를 하리. 하물며 개척 교회 목회라니, 자기 스스로 작은 비움을 주님께 배우지 못한 자가 어찌 교인들을 비우라 말하리.

노회 앞에 나서기 전에, 자기 교회 목회 잘하고, 인격과 처신에 존경받을 만해야 한다. 노회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목회 잘하고, 인품과 처신에서 존경받으면 저절로 노회 어른이 되고, 노회는 영적 질서가 잡히는 아름다운 노회가 되지 않을까? 외형적으로 성공한들, 세상에서 목회 잘한들, 당신은 어쩌면 천당도 못 갈지도 모른다.

6. 여섯 번째 걸음

방법이 아닌, 본질에 승부를 걸라. 목회는 아무리 보아도 방법은 아니다. 본질이다. 목사와 목회의 본질이란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성령 받음, 말씀 묵상의 삶, 기도의 삶, 은혜의 삶, 사랑의 삶, 섬김의 삶, 인격적 열매들, 열심과 충성, 헌신 등이다. 기교의 목사는 목회는 잘할지 몰라도, 하나님 앞에 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의 목사는 인정받을 것이다. 내 나이 51세! 돌아보니 10년은 견습생! 10년 죽어라 고생! 바라보니 겨우 20년이 남았구나! 어떻게 목회해야 할까? 아니 어떤 목사로 살아야 할까? 길이 보이지 않으니, 다시 기도의 무릎을 모아야지. 어떻게 목회할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사가 될 것인가가 중요한 본질이다.

7. 일곱 번째 걸음

개척 교회에는 만 가지 방법이 다 안 통한다. 오직 하나의 방법, 하나님의 기적과 은혜의 방법이 있을 뿐이다. 내가 다하고, 최선을 다할 수는 있으나, 개척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1) 개척 교회 목사여!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장위동의 어느 큰 교회 목사에게 한 40대 젊은 목사가 좀 모자라는 듯이 보이는 사람 14명을 데리고 찾아 왔다. "목사님! 나는 바로 이웃에서 개척 교회를 16년 한 목사입니다. 제가 이제 목회를 접으면서 그래도 믿을 만한 분이 목사님이셔서, 우리 성도들을 맡기고 떠나려고 찾아왔습니다" 하면서 울더라고 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보고, 손을 털어도 털어야 한다.

2) 개척 교회 목사여! 너는 진정 하나님 앞에 양심으로 의로운가?

의롭지 못한 목회는 지옥 갈 일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평생을 불의하게 목회하고 지옥 가고자 목회할 것이냐?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받을 줄을 알고, 선생이 되지 말라." (약 3:1)

3) 개척 교회 목사여! 너는 회개하고 정결한가?

회개와 성결과 양심의 당당함이 없으면, 그 목회에는 성령님이 역사하시지 않는다. 개척 교회에서는 바로바로 현실로 드러난다. 성령 하나님이 움직이시고, 살아 계시고, 기적으로 역사하는 현장을 만들지 않으면, 개척 교회가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8. 여덟 번째 걸음

목사의 삶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도 한 성도로서 마지막에 천국 가야 한다는 것이다. 목사인 나는 잘 모르지만, 성도인 내가 보는 노회 안의 목사 장로 중에는 천국 가기 힘든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저런 인격으로 목회하나?" 하는 사람도 보인다. "어찌 저런 장로가 다 있나?" 하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다 듣는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지! 노회를 피해 숨을 수는 없을까? 그래! 숨지 못한다. 숨지 못할 바에야 모든 목사님들, 장로님들을 친구로 만들자. 기교로 다가가지 말고, 한 인간으로 다가가자. 목사님들은 그래도 세상 때가 덜 묻고, 착하고, 비교적 순수하잖아? 목사이기 이전에 한 성도로서 나도 천국 가도록 살고, 목회는 그 다음이다. 개척 교회 목사여! 힘내라. 파이팅!